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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니클:천진난만한_얼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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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진난만한 얼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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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가운과 빛 바랜 가면을 착용한 남자가 마지막 분장을 마무리하던 중, 누군가가 방문을 두들긴다.. 의자에서 기어 내려온 다음 종종걸음으로 문을 향해 뛰어가다가 자칫 자신의 특대형 신발에 걸려 넘어질뻔한 그는 문을 열고 방 바깥에 서 있던 사람을 응시한다.

“셰럴…그러니까, 아다드 박사님? 폐를 끼쳐 죄송합니다만, 손님이 오셨습니다. 쇼가 시작되기 전에 만나 뵙고 싶으시다는데요.”

헤드셋을 착용하고 커다란 데이터패드를 손에 든 여성이 말한다. 불안한 표정의 그녀는 여기저기를 바라보면서 발을 동동 구른다.

“라하, 내가 손님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당신도 알잖아요. 특히 생방송 바로 직전에는.”

그의 말에서는 약간의 동요가 배어 나온다.

“스폰서의 자녀입니다. 코르-아조르 가문이에요. 1분이면 됩니다.“

라하가 작게 속삭인다. 밑을 내려다본 셰럴은 마침내 자신의 프로듀서 얼굴 1미터 아래 지점에서 문틀을 통해 방을 엿보고 있는 곱슬머리 금발 소녀를 발견한다. 그는 가볍게 한숨을 내쉰 뒤 고개를 끄덕이고 활짝 문을 연다.

“이거 실례했구나. 이리 오렴, 얘야”

셰럴은 라하를 기분 나쁘다는 듯이 쏘아보고, 그녀는 짧은 미소를 지은 뒤 복도 쪽으로 쏜살같이 걸어간다. 그녀는 복도의 코너를 돌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잊지 말아요. 5분 후면 생방송 시작입니다.”

방 안으로 들어온 작은 소녀는 커다란 녹색 눈망울로 셰럴을 바라본다. 셰렬은 문을 닫은 다음 소녀에게 미소를 짓는다. 넓은 빨강색 웃는 입술이 그려진 얼굴 때문에 그의 미소는 더욱 두드러져 보이고, 그의 광대뼈 주변에는 뺨에 주입된 나노봇 기반 물질이 여러 가지 모양으로 회전하고 팽창하면서 빛나고 있다. 이것을 본 작은 소녀는 예의상 손으로 입을 가린 채 킥킥거린다.

“너의 이름은 뭐니, 아가야?”

분장용 의자에 조심스레 앉으며 질문을 던지는 셰럴의 무릎에서 우두둑 소리가 난다.

“피미리스요”

계속 그를 바라보던 소녀가 손 사이로 작게 속삭인다.

“너는 이 쇼를 좋아하니?”

셰럴이 책상 서랍을 열더니 뭔가를 뒤적인다.

“그럼요. 매일 보는걸요”

소녀가 자신의 손을 등 뒤에 두면서 똑바로 자세를 취하자 얼굴이 어두운 진홍색으로 붉어진다

“제가 좋아하는 노예 이름을 미스터 웨이워드로 지었어요”

미소가 아주 약간 엷어진 셰럴이 책상에서 계속 무엇인가를 찾다가 다른 서랍을 열더니 그 안으로 손을 집어넣는다.

“아주 잘했구나. 너의 아빠가 자기 종 이름을 바꿨다고 뭐라 안 그러디?”

“아뇨. 아빠도 저처럼 재미있어하시던데요”

소녀는 말을 하면서 가볍게 자신의 발을 앞뒤로 흔든다. 몇 번의 힘든 시도 끝에 셰렬은 자신이 찾던 것을 마침내 찾아낸다 : 자신의 얼굴이 그려진 얇은 홀로패드. 그는 펜을 쥔 다음 이미지 위에 뭔가를 휘갈겨 쓰더니 소녀에게 건넨다.

“그거 아주 다행이구나. 하지만 기억하렴, 미스터 웨이워드는 만화 주인공이란다.

하지만 너의 노예는 진짜 사람이니까, 잘 대우해 주어야 해”

그가 건넨 홀로패드를 받은 피미리스의 얼굴에는 활짝 웃음꽃이 핀다. 홀로패드의 이미지가 갑자기 빨간 공으로 저글링하는 셰럴로 바뀌자 소녀는 다시 킥킥거린다.

“고마워요 아다드 박사님! 미스터 웨이워드는 제가 꼭 잘 보살필꺼예요”

“너는 참 착하구나. 너는 꼭 내 딸을 닮았어. 아마도 너랑 걔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꺼야. 이제 가보렴. 나도 이제 쇼 준비를 해야 하거든.”

소녀가 방을 나가자, 셰럴은 분장실 문 위에 걸려있는 표시를 바라본다. 뭉툭한 글자들을 불로 지져 새긴 목제 플래카드다. 표시에는 개심의 책에서 발췌된 짧은 문장이 하나 적혀 있다.

“모든 아이들을 신의 빛으로 인도할지니, 이는 천국이 저희 것임이라”

셰럴은 깊은 생각에 잠긴 채 문장을 바라본다. 얼마 안 있어 그의 명상은 책상 위에 놓인 데이터패드의 윙윙거림으로 끝이 난다.


“신의 자녀들아, 지금이 무슨 시간인지 아니?”

거의 텅텅 빈 스튜디오에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곧바로 고음의 합창이 뒤따른다:

“바로 아다드 박사님의 와일드 타임입니다!”

스튜디오 이곳저곳에서 수십 개의 빛 줄기들이 번쩍이더니 분위기를 뜨겁게 달구는 즐거운 노래와 함께 웃으면서 박수치는 아이들의 홀로그램 수백 개가 바닥부터 천장까지를 가득 채운다. 그들이 노래에 맞춰 박수를 치자 아이들의 이미지가 깜박거린다. 몇 분이 지나고 셰럴이 조명으로 환한 무대 위로 뛰어들어와 재주넘기와 공중제비를 선보이자 단순한 박수가 열띤 호응으로 변한다. 카메라 드론들은 무대를 돌아다니며 거칠게 공중회전하는 그를 다양한 각도로 촬영한다. 셰럴이 중력부츠의 도움으로 자신을 공중으로 쏘아올려 연속 8회 빙글빙글 돈 다음 무대에 다시 착륙하자 음악과 아이들의 반응이 더욱 달아오른다. 가볍게 착륙한 그가 손을 들자 음악이 멈춘다. 사방에서 아이들이 박수를 치자 이미지가 더 자주 깜빡인다.

“안녕, 얘들아. 나는 아다드 박사야. 내 와일드 타임에 온 걸 환영해!”

우렁찬 목소리로 인사한 셰럴에게 보답으로 힘찬 박수가 이어진다. 그는 손을 흔들어 청중을 조용하게 한다.

“이번 생방송은 나크렛지 II 에 있는 우리 스튜디오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오늘은 우리가 여러분을 위해 아주 특별한 쇼를 준비했어요”

더 많은 갈채가 뒤따른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나는 이 쇼를 기도로 시작할까 해요. 모두 머리를 숙여요”

셰릴이 머리를 숙이자 그의 얼굴에는 근엄한 표정이 떠오른다. 스튜디오 안에 있는 수백 개의 홀로그램 얼굴들이 이를 똑같이 따라한다. 클러스터 곳곳에서 이 생방송을 보고 있는 수백만 명의 아이들이 고개를 숙이기 시작하자 그들의 부모들은 당혹감으로 미소를 짓는다.

“신이시여, 당신은 자애로운 신이시자, 용서하시는 신이십니다. 우리는 당신의 축복을 받을만한 자격이 없으니, 우리의 생명을 당신께 바칩니다. 당신은 우리에게 기쁨도 주시고, 슬픔도 주시나, 우리는 당신의 이름으로 모든 것을 견뎌낼 수 있습니다. 천국에 이르기까지 당신을 따를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우리에게 주소서. 아멘.”

셰릴은 고개를 들어 가장 가까이에 있는 카메라 드론을 바라본다.

“이제 즐거운 시간이 시작되었어요! 불행하게도, 플레이메이트 교수님은 더 이상 우리랑 함께 하지 않을 거예요. 왜냐하면 즐거움의 신학을 가르치시기 위해 대학으로 다시 돌아가셨거든요! 하지만 걱정하지 말아요, 왜냐하면 그 분의 형제가 우리랑 함께 할거고, 여러분도 황제의 기쁨(Emperor Excitement)를 좋아할꺼라 믿어요”

청중은 이 뉴스에 대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잠시 혼란에 빠진 셰럴은 이마에 구슬땀을 흘리면서 신경질적으로 웃는다.

“하지만 우리가 기다리는 동안, 미스터 웨이워드가 뭘 하는지 볼까요?”

우렁찬 박수와 함께 아이들의 기쁨에 찬 고함소리가 들린다. 천천히 그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오른다. 그의 뺨에서 빛나는 숫자들, 글자들, 기호들, 상형 문자들이 배경음악의 보사노바 리듬에 맞춰 나타나고 움직이자 아이들이 왁자지껄 웃기 시작한다. 셰럴의 눈이 눈구멍 안에서 빛나는 기호들을 최대한으로 따라가기 위해 계속 빙글빙글 돌며 이러저리 요동친다. 빛나는 기호들의 색깔이 변하더니 함께 소용돌이를 형성하여 더 복잡한 이미지와 모양들을 만들어낸다.

걷잡을 수 없는 리듬의 주제곡이 이어지더니 빛나는 형상들 가운데서 사람이 하나 나타난다 : 검소한 옷을 입고, 키가 크며, 문신으로 뒤덮인 민마타인, 곧바로 두 명의 다른 인물이 더 나타난다. 한 인물은 키가 더 작고, 품격 있는 가운을 입었으며 피부가 창백한 아마르인. 또 다른 인물은 우락부락하고 의인화된, 옷을 입은 채 뒷다리로 서 있는 털북숭이 동물. 그리고 이 캐릭터들의 머리 위에 커다랗고 움직이는 글자들로 이루어진 제목 하나가 나타나 확대된다 :

“미스터 웨이워드와 그 친구들의 모험”

다음과 같은 자막과 함께.

“오늘의 모험 : 우리 가운데 있는 도둑”

아이들이 카메라 뒤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낸다.


“셰럴, 타다마예요. 그들이 우리 딸을 납치했어요.”

셰럴은 비디오스크린에 나타난 여성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어지럽게 꼬인 적갈색 머리카락들로 가려진 그녀의 얼굴에서는 비 오듯 눈물이 쏟아진다. 셰럴이 헛기침을 한다.

“누가? 언제? 대체 뭔 일이야?”

“모르겠어요,”

타다마가 흐느낀다. 그녀의 충혈된 눈은 셰럴에게 무엇인가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들은 단지 저한테 딸의 이미지만을 보내왔어요. 아직 살아있긴 하지만, 다른 사람한테 이걸 알리면 곧바로 죽이겠대요. 당신 빼고는요. 아무래도 당신이랑 얘기하고 싶은 가봐요.”

천천히 일어서는 셰럴의 무릎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난다. 자신의 드넓은 집 안에서 셰럴은 후들거리는 다리를 붙잡고 가장 가까이에 있는 데이터콘솔로 다가간다.

“어떻게 그들과 만날 수 있지? 그리고 ‘그들’은 대체 누구야?”

타다마가 그녀의 비디오 스크린에 자료를 입력한다. 곧 그녀는 시끄럽게 코를 훌쩍거리며 눈물을 닦아낸 다음 셰럴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방금 연락처를 보냈어요. 그들은 거기서 당신을 만나고 싶어해요.”

주변을 둘러보는 그녀의 눈빛은 공포로 가득 차 있다. 뺨에서 떨어진 눈물이 그녀의 옷깃에 얼룩을 남긴다.

“셰럴, 당신은 그 애를 데려오기 위해 무엇이든지 해야 해요. 우리 딸이잖아요. 그리고 당신이 전출을 간 이후로는, 어어, 그 얘는 저의 전부라고요. 나는 당신을 잃어버렸는데 또 딸까지 잃어버릴 수는 없어요.”

자신의 데이터콘솔을 내려다보던 셰럴이 잠시 주춤한다. 갑자기 눈동자가 흐릿해진 그는 데이터콘솔을 자기 주먹이 하얘질 때까지 붙잡는다.

“최선을 다해볼게, 타. 그 동안 당신은 경찰에 가서…”

“아뇨, 전 가지 않을 거예요. 그러면 저들이 애를 죽일거라구요. 그 전에 저들이 원하는 것을 해주…”,

손을 치켜든 그의 감은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린다.

“알았어, 알았어. 경찰에 가지 말아요. 우선 저들과 이야기해보고 뭘 원하는지 알아야겠소.

우리 딸을 되찾을 수만 있다면 뭐든지 하겠소.”

약간 표정이 부드러워진 타다마가 자신의 엉킨 머리카락들을 뒤로 넘기자 흠집 하나 없는 창백한 피부 – 셰럴이 예전에 “듬뿍 스며든 신의 정수”라고 불렀던 – 가 모습을 드러낸다. 다시 한번 손으로 눈을 문지른 그녀는 셰럴을 향해 냉담한 미소를 짓는다.

“고마워요, 여보. 사랑해요”

고개를 끄덕인 그녀의 전남편은 작별의 표시로 손을 흔든 다음 통화를 끊는다.


나노봇들이 이동하여 “끝”이라는 단어를 형성한다. 카메라 드론은 마치 어지럽다는 듯 눈구멍 안에서 계속 돌아가는 셰럴의 눈동자를 확대해서 보여준다. 카메라가 계속해서 화면을 확대하자 아이들은 다시 한번 박수를 치며 환호한다. 또다시 무대 주변의 비디오 스크린에 자신의 전신 이미지가 뜨는 것을 본 셰럴은 뒤로 공중제비 세 바퀴를 돌고 나서 한 손으로 착지한다. 그렇게 제자리에서 회전하다가 또 다시 공중회전을 한 다음 두 발로 착지한 후 카메라를 향해 미소를 짓는다.

“이렇게 해서 오늘 우리는 도둑질이 무엇인지, 그리고 신에 의해 선택된 자들에게서 무엇인가를 훔친다는 게 얼마나 나쁜 일인지를 배웠어요”

“신의 민족으로써, 우리 아마르인들에게는 신께서 준비하신 포상을 받을 권리가 있어요. 하지만 민마타인들은 버릇없는 자녀들이기 때문에, 신의 나라로 들어갈 자격을 얻지 못했어요. 그래서, 저들은 우리 즉 신의 선택한 백성이 준 땅에서 살아야 되는 거예요.”

다시 한번 셰럴은 손을 치켜든다.

“바로 이 때문에 플론타 퍼리어를 자신의 주인에게서 훔친 미스터 웨이워드가 벌을 받은 거예요. 자기 주인에게서 뭔가를 훔친 것은 신에게서 뭔가를 훔친 거하고 똑같아요.”

셰럴이 제자리에서 회전하기 시작하자 가속도가 붙은 그의 몸이 거칠게 비틀린다. 그리고 한쪽 발로 선 다음 빠르게 돌면서 8자 모양으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그가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스핀들마스” 춤을 선보여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는 동안, 무대의 저쪽 끝에서 한 여성이 나타난다. 그녀는 길게 늘어뜨려진 하얀색 드레스를 입었고 손에는 하얀색 파라솔을 들고 있다. 머리를 밝은 붉은 색 꽃으로 장식한 그녀가 회전하는 광대 주변을 발끝으로 걸어 다니자 그녀의 드레스가 선명한 색깔들로 빛나기 시작한다.

그녀가 움직이는 셰럴을 따라잡으려고 애쓰는 모습에 아이들은 웃으며 박수를 친다. 마침내 셰럴이 몇 초 동안 제자리에서 돌자 여자는 그에게 다가가는데 성공한다. 발끝으로 선 그녀는 팔을 펴서 광대의 울긋불긋한 머리에 손가락을 갖다 댄다. 순간 깜짝 놀란 그는 도는 것을 멈추고 시청자들을 향해 방긋 웃는다. 그리고 여자를 향해 고개를 돌린 후 헛기침을 한다.

“미스 멜로디께서 여기 계시다니 믿을 수가 없군요!”

셰럴이 소리친다. 여성이 인사한다.

“잘 부탁 드려요, 아다드 박사님”

“어서 와요, 어서 와요. 오늘은 우리를 위해 뭘 준비하셨죠?”

미스 멜로디는 카메라 드론을 향해 고개를 돌린 다음 파라솔을 떨어뜨리고 두 손을 깍지 낀 채 무대 앞으로 달려나간다.

“저는 당신들을 위해 노래를 준비했어요!”

셰럴도 달려고 그녀 옆에 선다.

“그러니까 당신 말은 지금이…”

그리고 주변에 있던 모든 아이들이 일제히 셰럴과 함께 소리지른다.

“미스 멜로디의 멜로디 시간이란 말이죠?”

다시 한 번 인사를 하는 미스 멜로디에게 시청자들이 박수를 보낸다.

“참 잘됐군요”

셰럴이 외친다.

“그래서 당신은 우릴 위해 무슨 노래를 불러줄 거죠?”

대답을 하기 전에 그녀는 극적으로 헛기침을 한다.

“오늘 저는 고전 찬가, ‘언젠가 천국의 자녀들은 한 곳에 모이리니’를 부르려 해요”

“거 참 기대되는군요. 지체하지 마시고 바로 지금 시작하세요!”

그녀를 향해 허리 숙여 인사한 셰럴은, 홀을 따라 울려퍼지는 노래의 첫 음과 함께 아주 깨끗한 미스 멜로디의 소프라노가 공중으로 날아오르자 곧바로 무대 뒤로 달려나간다. 마침내 무대 뒤에 다다른 그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의자를 골라 거기에 폭삭 주저앉았다. 셰럴은 자신의 눈을 감고 크게 숨을 내쉬었다. 노래의 아름다운 멜로디가 그를 매혹시킨다. 그는 의자에 앉아 노래를 들으며 홀로 작게 흐느낀다.


비디오스크린의 타다마는 애원하는 표정으로 셰럴을 바라본다.

“저들이 뭘 원하는지 알아냈어요?”

“알아냈소.”

“그래서요?”

수면 부족 때문에 그녀의 눈 주변에는 다크 서클이 잔뜩 있다. 동공이 확장된 타다마는 자기 앞의 이미지에 잘 집중하지 못한다. 그녀의 손가락이 아주 격렬하게 데이터콘솔을 두드린다.

“저들은 내가 프로그램에 출연해 공개적으로 신앙을 포기하고 쇼 자체를 취소하길 원해요”

타다마가 손가락 두드리는 것을 멈춘다.

“그게 다에요? 돈도 아니고, 권력도 아니고, 아무 것도 없어요?”

“그래요”

셰럴이 대답한다.

“언제 쇼를 취소할 거예요?”

“잘 모르오”

타다마는 비디오 스크린에 뜬 그의 이미지를 응시한다. 그리고 그녀에게 가장 가까이 있었던 물건 – 즉 항아리 – 를 잡고 벽을 향해 던진다.

“그게 뭔 말이에요?”

그녀가 비명을 지른다. 자신의 의자에서 일어서는 셰럴의 무릎에서는 여전히 우두둑하는 소리가 들린다. 덜덜 떨리는 다리 때문에 그는 거의 서 있을 수가 없을 지경이다.

“모른다고. 그건 내 의무가 아냐.”

“당신의 가족이 바로 당신의 임무야. 이에 대해 삼네랑 얘기해봤어? 당신이랑 거의 30년 동안 일했잖아”

“삼네는 죽었어”

타다마가 헛기침을 한다. 그녀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방 주변을 둘러본다.

“뭐? 언제? 어떻게?”

놀란 타다마가 말을 더듬는다.

“이틀 전에 저들에게 살해됐어. “마타의 피흘리는 심장” 소속 테러리스트들한테.

블러디 핸드의 한 분파야. 이미 지난 주에 저들은 나한테 똑같은 위협을 했어”

“왜 난 이거에 대해서 아무것도 들은 게 없지?”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이걸 비밀에 붙였어. 뭘 해야 할지 몰랐지. 신학 위원회가 신앙심의 고취를 위해 우리 쇼를 공식적으로 지원하고 있단 말이야. 이걸 위원회에 설명하지 않고서는 쇼를 취소할 수 없었다고.”

셰럴은 자리에 앉더니 무거운 한숨을 내쉰다. 비디오 스크린의 타다마도 이를 똑같이 따라한다. 몇 분간 침묵이 흐른 뒤, 그녀가 조용히 흐느끼기 시작한다. 발작적인 숨소리 사이로 뭔가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린다.

“우리…딸은…어떻게…됐죠?”

셰럴은 그저 침묵 속에 앉아 전 아내가 훌쩍이는 것을 지켜본다. 마침내 그는 말하기를,

“나는 내 신앙에 대해 책임이,,,”

순간 타다마가 자기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목이 터져라 악을 쓴다.

“당신의 의로움 따위 꺼지라 그래! 저들이 프랜디를 죽이려 한다고!”

침묵에 잠긴 셰럴이 기도하기 위해 고개를 숙인다.

“당신은 절대로 그 애 얼굴을 보지 못할 꺼야. 왜냐하면 당신에게는 신학 위원회를 실망케 할 만한 용기조차 없으니까. 대체 신은 어떤 자이길래 이런 일이 발생하도록 놔두는 거지?”

고개를 다시 든 셰럴이 타다마의 눈을 응시한다.

“천국으로 가는 길은 시련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내 무리에 속한 자들은 절대로 패배치 않을 것이다. 나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는 자들은 자신의 가족들을 천국에서 다시 만나게 될찌니…”

“너는 그냥 겁쟁이고 바보야. 경찰서로 가야겠어”


프로그램이 끝날 때쯤, 무대 중앙에 서 있는 셰럴에게 스포트라이트 한 줄기가 비춰진다. 그가 카메라 드론을 향해 미소짓는다.

“이렇게 오늘의 쇼가 끝났네요. 다 함께 머리 숙여 기도해요”

어린이들이 고개를 아래로 숙인다. 셰럴을 둘러싸고 있는 수백 개의 얼굴 이미지들이 경건한 표정으로 바닥을 쳐다보거나 눈을 꽉 감은 채 두 손을 모으고 조용히 그리고 부드럽게 입술을 움직인다. 그리고 그는 항상 늘 그랬던 것처럼 전례를 따른다.

“존경하는 신이시여, 당신께서는 오늘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당신께서는 우리에게 도둑질하는 죄에 대해, 당신의 자녀들을 향한 당신의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해, 육체의 정화가 무엇인지에 대해, 그리고 믿음의 중요성에 대해 가르쳐 주셨습니다. 우리가 당신의 말씀을 이해하고 당신께서 우리에게 보여주신 삶을 따라 살기 위해, 당신께서 우리를 용서해주시기를 간구합니다. 우리를 용서하소서, 우리는 죄인이기 때문입니다. 천국을 향해 가는 동안 우리는 계속해서 넘어집니다; 믿음의 여정을 밟는 동안 우리는 계속해서 길을 잃습니다. 그리나 우리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한, 우리는 당신의 축복에 감사를 드립니다. 아멘”

아이들은 고개를 들어 셰럴을 바라본다. 그 다음 셰럴도 고개를 든다.

“이제 여러분과 헤어질 때가 왔네요. 신과 항상 함께 하세요. 곧 우리 모두는 신과 함께 있을 거니까요. 신께서 당신 모두를 사랑하신다는 사실을 기억하세요. 잘 자요, 그리고 다시 내일 봐요”

아이들이 마지막 박수를 치자 셰럴은 자기 주변에 있는 모든 얼굴들을 둘러본다. 스튜디오 안에 떠다니는 수백 개의 얼굴들이 그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다. 하지만 저 수많은 천진난만한 얼굴들 가운데서도 정작 그가 찾는 얼굴은 없었다.

셰럴의 뺨에 눈물 한 방울이 흘러내린다.

204)
초안 번역 출처 : http://www.joysf.com/4207959
205)
초안 번역자 : 헥사크론
크로니클/천진난만한_얼굴들.txt · 마지막으로 수정됨: 2017/06/29 11:17 (외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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