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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니클:살인자의_손 [2015/06/06 00:02] 127.0.0.1 바깥 편집 |
크로니클:살인자의_손 [2017/06/29 11:17] 127.0.0.1 외부 편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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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살인자의 손(The Hands of a Killer)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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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안 번역 출처 : http://www.joysf.com/4452886))((초안 번역자 : 헥사크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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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인자의 손 치고는 좀 이상하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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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확실히 그랬다. 완벽하게 다듬어지고 깔끔하게 손질된 손톱이 손가락 끝에서부터 정확히 2mm까지 뻗어 있었다. 손가락은 남자의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가늘었고, 유사한 점이 있다면 손가락 관절에 나 있는 주름 정도였다. 비단처럼 고운 피부 밑으로는 마치 고풍스럽게 설계된 회로처럼 서로 연결된 금색 선들이 비쳐 보였는데, 그가 말을 꺼낼 때마다 선들이 번쩍였다. 무심한 표정으로 데이터패드를 만지작거리는 그의 손바닥은 너무나도 부드러워 보였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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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지만 내가 누군지는 너도 잘 알고 있겠지. 나는 사람들이 저 분노에 가득 찬 짐승들에게 희생당하는 것을 보았고, 시민들의 우주선이 야만적인 도구들로 파괴되는 것을 여러 번 보았어. 그래서 나는 그것들을 죽인 다음 시체를 우주에 갖다 버렸지. 아직도 그것들의 비명이 내 머릿속에 떠올라. 레이저 포가 방어벽을 녹이는 동안 난 그것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미소 지으며 지켜봤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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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도 똑같은 광경을 보게 될 거야. 캡슐에 있는 어떤 미치광이가 생명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짓밟는 모습을 말이지. 그 곳에서 너는 일개 도구에 지나지 않아. 불멸하는 파일럿의 의지에 따라 - 뭐, 그의 정신이 복제불가능해질 정도로 망가진다면 또 모르겠지만 - 행동하는 노예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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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류가 우주에 진출하는 순간부터 이미 파괴는 시작되었어. 저 위에서 돌아다니는 반신반인들은 너희들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지. 우리는 파일럿이며, 너희들의 운명을 결정해. 네가 죽은 후에도 우린 계속해서 살아 있을 거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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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손은 살인자의 손처럼 안 보이겠지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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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는 이렇게 말하며 자기 앞에 앉아 있는 젊은 청년의 눈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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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을 겉모습으로 판단해서는 안 되는 법이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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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답하기 전에 잘 생각해. 만약 네가 이 세상에서 벗어나 별들 가운데서 살려 한다면, 넌 아무 것도 아닌 존재가 될 거야. 다르게 말하자면, 정신 나간 여왕벌이 지배하는 벌집에서 오로지 함선 유지를 위해 존재하는 한 마리의 일벌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이 비참한 삶을 견뎌낸다면, 언젠가는 너도 행성들 사이를 비행하고 있겠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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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말이 사실이라는 것은 다렌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배틀쉽 급 함선에서 엔지니어 또는 수석 엔지니어의 자리까지 오를 수 있다는 가능성은 그에게 너무나도 매혹적이었다. 그는 이러한 장밋빛 미래에 저항할 수가 없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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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렇게 캡슐 파일럿을 만나게 된 것도 지상 착륙장의 직원들이 3개월 동안 쉴 새 없이 노력해준 덕분에 비로소 가능해졌다. 끊임없는 노력과 운명의 장난이 그를 이 아마르인과 만나도록 허락해 준 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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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깊은 한숨을 내쉰 후, 다렌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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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해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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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대편에 앉은 파일럿이 방금 손에 쥐고 있었던 데이터패드를 미끄러지듯 건네 주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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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면을 엄지손가락으로 누른 다음, ID 임플란트를 점선에다 대고 문질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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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럼 네 명의가 이전될 거야. 내 선창에 들어갈 때 필요하니까 패드는 가지고 있어. 거기에 들어가면 먼저 갑판수한테 신고해. 그러면 그가 널 근무자 명단에 등록하고 잘 곳을 마련해 준 다음 할 일을 설명해 줄 거야. 열심히 일하면 보상은 반드시 있어. 내 함선에 게으름뱅이들을 위한 자리는 없다는 걸 명심하도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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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제, 내가 다른 일이 있어서 좀 가봐야겠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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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렇게 해서 젊은 청년은 혼자 테이블에 남게 되었다. 이제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 그는, 데이터패드를 마치 자신의 생명처럼 꽉 쥐고 있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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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개월 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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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렌 아탁시스는 아포칼립스급 전투함 "담-이무드"가 파괴될 당시 사망한 6,340명 중 한 사람이 되었다. | ||
+ | 그의 빈 자리는 3일 만에 다른 사람으로 메꾸어 졌고, 가족들은 이에 관해서 아무런 통보도 받지 못했다. |